B급으로 승화시킨, 외톨이들의 유쾌한 동행
<스위스 아미 맨>은 제목부터 웃음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맥가이버 칼이라 부르는 것을 서양에서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라 부르고 이것의 명칭을 영화는 차용하고 있다. 도대체 뭐가 '맥가이버 칼 남자'라는 걸까? 하는 의구심도 잠시, 동굴로 피한 두 사내(?)의 모습은 곧바로 '빵' 터지는 웃음과 함께 제목이 왜 '맥가이버 칼' 임을 깨닫게 된다.
영화는 집을 도망쳐 스스로 고립이 된 한 남자. 그리고 어떠한 연유로 목숨을 잃은 또다른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 또다른 한 명이 시체임이 밝혀지고, 그와 대화를 하는 행크의 모습은 어딘가 기괴함마저 준다. 하지만 이러한 느낌도 잠시 영화는 이들의 모습을 'B급'으로 승화시키기 시작한다. 맥가이벌 칼 남자의 기괴한 능력들은 영화의 B급화를 더욱 더 승화시키며 고급스런(?) B급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 진행될수록 어딘지 죽이 맞는 행크와 매니.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라는 기괴함도 없는 둘의 동행은 우습지만, 뭔가를 이야기 할 만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이 영화는 B급 코미디의 탈을 쓰고, 두 외톨이의 브로맨스를 이야기한다. 영화의 모습은 온통 병맛으로 가득차있지만, 뭔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그리고 펼쳐지는 병맛들. 행크의 전화기 속 여인을 본 매니는 그 여인에게 연심을 품게 된다. 그리고 매니의 몸에 일어난 변화. 그 이상한(?) 모양새는 자꾸만 어디를 가리키게 되고, 나침판(?)이 된다. 이상한 나침판 그리고 그것이 가르치는 곳을 향해 유쾌한 항해를 하는 두 사람. 영화는 그 과정을 비춰주며 분위기를 한 껏 달아오르게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즐거움도 잠시. 어디론가 향하던 두 사람은 드디오 목적지 부근에 도착하고 만다. 또다시 엄습하는 그때의 두려움. 행크는 매니에게 달려가 거짓말을 하게되고, 자신이 도망쳤던 현실을 도피하려 한다. 그리고 보여주는 영상들. 영화는 그때즈음에서야 매니의 정체가 행크의 또다른 자아였음을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 세상을 등진 외톨이에게, 세상을 피한 시체는 진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즉 숲 속에서의 방황이 즐거웠던 까닭은 나 혼자였기에 즐거웠던 것이었고, 그 틀을 깨고 세상과 사라(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앞에 서게 되자 현실을 도피했던 두려움이 또다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우린 모두다 조금씩 추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 그것들 모두 쓸모없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한 명이 나서서 그것을 인정하면 모두들 춤추고 노래하고 미친짓을 함께 하는 거지...
세상으로 나와 두려움에 떨고 있는 행크에게 매니는 위와 같은 말을 한다. 단지 자신의 작은 추함에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것이 두려웠던 행크. 그래서 집을 떠났지만, 이제 세상 앞에 바로 서게 됐다.
그러나 행크가 돌아온 세상은 여전히 자신의 추함에 손가락질을 할 것 같았고, 그 때문에 행크는 자신을 보러온 아버지에게 또다시 숨게 된다. 하지만 매니를 '별 것 아닌 것'으로 취급하는 경찰들의 말. 행크는 거기서 자신을 보게 되고, 산에서의 수련(?)을 용기삼아 매니의 시체를 가지고 도망을 친다. 자신이 왔던 그 해변. 모든 것이 시작됐던 그곳으로 돌아가 매니를 바다로 떠나보내는 행크.
그 순간 매니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바다로 되돌아갔고, 사람들은 그 모습을 놀라운 눈초리로 쳐다보게 된다. 외톨이의 뛰어난 능력을 목격한 그들을 등 진 행크의 얼굴에도 미소가 띄는 까닭이다. 이제 외톨이는 세상 속으로 돌아왔고, 그가 한 미친 짓에 매니는 증명으로 행크를 도왔다. 바로 그의 추함에 한 명이 나서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모두들 춤추고 노래하고 방귀를 끼는 것. 그래서 우리는 모두 안다. 외톨이 행크는 매니와 함께 죽었다는 것을. 이제는 세상으로 돌아갈 행크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서식
영화의 결말부분. 행크와 매니가 그토록 어렵게 온 거리가 고작 1Km 남짓한 거리였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끼게 된다. 고작 그 거리를 나오기 위해 그 고난을 한 두 사람. 그것은 외톨이인 행크가 느끼는 세상과의 심리적 거리일 것이다. 가깝지만 먼 거리. 그래서 나오지 못 한 곳.
<스위스 아미 맨>에서 매니의 진짜 맥가이버 같은 역할은 바로 이것일지도 모른다. 행크의 진짜 생존. 그리고 세상으로의 무사 귀환. 그로 인해 우리는 외톨이들에게서 승리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
IMDb 평점은 7.3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그보다 조금 낮은 67% (신선 100, 진부 49)를 보이고 있다. 감자의 경우는 IMDb의 편을 들어주고 싶다. 매니의 허풍처럼 이야기는 조금 허황되지만, 이들의 외톨이 탈출기는 위대한 도전이 되어, 멋진 카타르시스를 심어주는 것 같다.
▥ 추천 : 외톨이들의 멋진 동행. 그리고 세상으로 나오기까지의 큰 용기.
▥ 비추천 : B급 코미디의 더러움 ㅎ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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