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의 취권 오마쥬?
성룡의 <취권 (1979)>을 보신 분들이라면, <대결>에서 <취권>의 모습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말썽꾸러기 황비홍(성룡)은 사고를 쳐 취권의 달인 소화자에게 맡겨지게 되지만 여전히 말썽꾸러기였던 황비홍.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청부업자에게 당하게 되자, 황비홍은 소화자에게 취권을 배우게 된다. 이 영화 역시 말썽꾸러기가 취권의 대가에 맡겨지고, 형의 사고를 계기로 대가에게 취권을 배우게 된다는 설정은 두 영화 모두 놀랍도록 닮아있다. 여기에 풍호가 취권을 배우는 과정 - 예를 들어 호두를 깬다던가 - 은 <취권>의 오마쥬인게 분명하다.
이처럼 <취권>의 시나리오를 빌려오고 있는 이 영화는 그 덕(?)인지 초반의 시나리오는 그럭저럭 흥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어쩌면 <취권>에 대한 향수로 인해 영화의 모습이 반갑게 느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영화는 한 싸움 한다던 풍호가 한재희에게 막히게 되면서부터 성장하는 드라마를 잘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한재희가 풍호에게 당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게 생성되면서, 영화는 풍호를 응원하게 되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진다. 즉 풍호가 한재희를 꺾는 것을 보고 싶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 취권(좌)와 대결(우). 호두깨기 장면 등 일부 장면은 정말 비슷하다.
초반~중반까지의 내용은 관객들을 잘 설득시켰던 영화는 중반부터는 뒷심이 딸리기 시작한다. 풍호가 범인을 알게되는 과정은 너무 억지스럽고, 거기에 소은(손은서)을 비롯한 수사과정 등 몇몇 장면의 너무 상투적인 문법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주연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뒷심 부족에서 연유하고 있음이 분명해보인다. 즉 못 만든 시나리오는 배우들까지 연기를 못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뒷심부족을 보이던 영화는 뒤로 갈수록 더욱 엉망이 된다. 풍호의 여자친구 정란(이규희)가 돌변하게 되는 이유도 설득력이 부족하고, 꼭 싸움이 끝난 뒤 경찰차가 등장하는 장면은 여전히 진부함마저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결>이 만드는 액션장면은 호쾌함을 줬다는 점에서 그나마의 위안이 된다. 다만 이러한 호쾌함도 뒤로 갈수록 익숙해지고, 특히 마지막 장면 풍호가 취권을 하지만 취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옥의 티로 남는다.
▲ 낮에는 성공한 기업인, 밤에는 살인자가 되는 한재희
마치며...
<응징자 (2013)>와 <치외법권 (2015)>을 보신 분들이라면 신동엽 감독이라는 이름에서 큰 걱정을 하셨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이 작품에서는 감독이 각본에 참여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만큼의 결과물은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다만 이마저도 스스로의 창작물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남는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하지만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서 괄목 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는 점은 앞으로에 대한 약간의 기대는 하게 된다.
▲ 풍호와 한재희의 대결. 과연 누가 승리할 것인가?
▥ 추천 : 호쾌한 액션과 초반을 끌고 가는 힘은 괜찮게 느껴진다.
▥ 비추천 : 여전히 뒷심은 어이없고, 창작물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남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보인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영화 > 한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부족한 긴장감이 아쉽다. - 밀정 (The Age of Shadows, 2016) (0) | 2016.10.22 |
---|---|
스토커 본부장의 우울한 하루 - 나홀로 휴가 (A Break Alone, 2015) (0) | 2016.10.06 |
섞이지 않는 장르의 불편한 느낌들 - 불청객 - 반가운 손님 (2016) (0) | 2016.10.02 |
이상한 각색이 망쳐놓은 이야기 - 고산자, 대동여지도 (古山子, 大東輿地圖, The Map Against the World, 2016) (0) | 2016.09.30 |
저예산 영화가 주는 괜찮은 스릴러 - 범죄의 여왕 (The Queen of Crime, 2015) (0) | 2016.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