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아픔의 공유에는 성공했지만, 긴장감의 공유에는 실패했다.
<밀정>은 말그대로 독립군에 숨어있는 일제의 첩자. 그리고 일제에 숨어있는 독립군의 밀정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일제의 주요시설을 폭파하려는 의열단원들. 영화의 시작은 의열단원 김장옥이 일제에 죽임을 당하는 장면부터 출발을 한다. 그러면서 관객들의 시선몰이에 성공하는 <밀정>. 그 가운데 조선인 이정출이라는 인물을 끼워넣음으로서 그가 앞으로의 행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정출이 그들과 '친구' 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영화. 그가 과거 의열단과 인연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후의 이야기에도 궁금증을 실어준다.
영화는 밀정이라는 단어의 중의적 의미를 부여하여 이야기를 꾸며간다.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런닝타임을 3개의 파트가량으로 구부하는 영화는 처음에는 김우진이 이정출을 의열단의 밀정으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과거 자신들과 인연이 있었지만, 조국의 미래에 회의를 품고 일제의 개가 된 사람. 하지만 마음 속으로 항상 조국에 대한 빚이 있었고, 의열단장 정채산은 그의 빚에 기대를 해보기로 한다. 이렇게 1부격인 이야기에서 이정출과의 관계를 그려가던 이야기는 두번 째 파트에 이르러서는 기차라는 무대를 통해서 의열단원 중에 일제의 밀정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렇게 1부에서는 의열단의 밀정을 심는 과정을, 2부에는 의열단에 일제의 밀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영화는 <밀정>의 스토리를 그려가고 있는 것이다.
▲ 이정출을 섭외하려는 장채산과 김우진
하지만 그렇게 밀정의 이야기를 꾸려가는 <밀정>은 긴장감이 살짝 부족한 듯한 모습에서 아쉬움이 보인다. 물론 영화가 우리 역사의 아픔을 공유시켰다는 점에서는 100%가 아닌 200%의 공감을 한다. 하지만 영화가 스릴러의 형태를 띄고, 상업영화의 옷을 입었다면 '조이는 맛'으로 장르적 특성을 살렸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1부격인 이정출의 섭외에서는 이미 이정출의 케릭터를 앞에서 조국에 빚을 가진 자로 스케치 해놓았기 때문에, 그가 섭외 될 것이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았다. 여기에 2부격인 기차 안의 밀정 찾기에서도 런닝 타임이 훨씬 더 남아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붙잡힐 것이라는 연출은 생각하지 어려웠다. 꼭 런닝타임이 아니더라도, 영화가 김우진이 들킨다로 흘러가는 과정이 그리 긴박감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긴장감은 기대할 수 없었다. 즉 1부에서도 뻔했고, 2부에서도 그러했기에 긴장감은 그리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3부격인 경성에서의 이야기를 두고 보자. 이번에는 그들이 경성에서 준비한 폭탄을 터트린다는 설정을 가지고 관객들을 몰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역사가 스포일러 이기에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았다. 때문에 영화는 이미 알고 사실을 흔들만한 어떠한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단지 그들이 체포 될 것인가에 대한 것으로 긴장감을 엮기에는 관객들의 기대감은 너무 컸고, 때문에 여기서도 긴장감은 그리 느껴지지 않게 된 것이다.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장르적 특성에서 아쉬움이 남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 김우진을 돕는 연계순(한지민)
마치며...
<밀정>은 밀정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긴박감있는 상황을 잘 만들어내는 영화다. 다만 장르적 특성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역사의 아픔'을 제대로 전달했다는 점에서 그나마의 위안은 남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여기에 부족한 점들을 송강호라는 걸출한 배우가 어느정도는 메꾸고 있기에 전체적인 벨런스는 잘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의 아픈 부분. 그리고 지금도 우리가 제대로 풀지 못한 이야기. 때문에 일제강점기의 이야기는 언제나 깊은 울림으로 남고, <밀정>은 그러한 울림을 어느정도 해소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어 보인다.
▲ 하시모토와 이정출
▥ 추천 : 밀정이라는 사실을 잘 이용하여 엮어내는 스토리의 힘.
▥ 비추천 : 긴장감이라는 중요한 소재가 결여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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