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머물지 못하는 자가 걸리는 곳 - 그물 (THE NET,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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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북에 살고 있는 남철우(류승범) 군사 경계선 부근에서 어업을 하던 중 그만 모터가 그물이 걸려 배가 멈추고 만다. 배를 선택하느냐 조국을 선택하느냐의 기로에서, 10년을 모아서 마련된 작은 배를 포기할 수 없어서 배와 함께 남쪽으로 넘어오게 된다. 결국 남측에 붙잡히게 되는 철우. 하지만 자유의 땅이 남쪽에서도 그의 신세는 그물망에 걸린 고기와도 같았고, 그가 간 건물에서도 철우는 그냥 빨갱이에 잠정 간첩분자일 뿐이었다.


  몇 해 전 북축 공착원이 탈북인으로 가장해서 국가 기밀정보를 빼내간 것으로 곤혹을 치른 당국은 철우를 혹독하게 대했고, 특히 6.25 때 가족을 잃었다는 조사관(김영민)은 더욱더 그를 몰아부쳤다. 그나마 새내기 오진우(이원근)만이 그의 편이 되는 상황. 당국에서는 점점 그가 간첩이 아니라는 것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그가 전향하기를 강요한다. 하지만 북에 있는 가족으로 인해서 전향을 하지 않겠다는 철우. 결국 당국은 그를 도심에서 풀어줘서 회유를 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는데...



▲ 철우를 조사하는 조사관



키포인트에서의 작위적인 모습은 아쉬웠지만, 메시지를 엮는 힘은 여전히 대단했다.


  <그물>은 분단국가인 우리네의 상황이 잘 빗대서 나온 걸작이 아닐까 생각된다. 북측에서 어업을 하던 철우는 배가 고장나서 어쩔 수 없이 남한으로 넘어오게 된다. 영화의 초반은 그물에 걸린 사내의 모습을 비춰준다. 모터가 망가질정도로 그물에 걸려버린 배. 하지만 정작 그물에 걸린 것은 철우 자신이었고, 그는 와서는 안되는 곳으로 오고야 만다. 그리고 시작되는 취조의 상황. 남한의 상황을 보게되면 북측에 갔을 때 할말이 생긴다는 그의 입장은 왠지 가슴에 와닿는다.


  영화의 중반은 그물에 걸린 자가 보는 자유에 관한 진실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자유가 없는 땅에서 자유가 있는 세상으로 온 철우. 하지만 그의 상황은 커튼을 열기 두려운 북측의 인물과도 같다. 자유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주변에 그를 몰아가는 상황은 그가 아는 자유가 더더욱 보잘 것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술집 여종업원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드러나듯. 그에게 자유란 그가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 일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반의 상황도 3부격인 종반의 상화잉 오자. 결국 남한도 북한도 똑같았다는 씁쓸함이 남는다. 북측이 시도하는 조사기술이란, 남측의 조사관이 했던 것과 놀랍도록 똑같았고, 그가 지키려던 것도 결국 무엇이 옳은것인지 퇴색되고 만다. 결국 계단 위에서 철우의 돈을 나누는 북측 조사관들의 모습 역시 남측의 자본주의와 놀랍도록 닮았다는 점에서 씁쓸함은 더욱 커지게 된다.



▲ 북에서 밀려온 남철우



  결국 집으로 돌아왔지만 남은 것은 없는 상황. 마치 소설가 최인훈 선생의 '광장'과도 같이 그가 택한 곳은 바다였다. 그리고 그를 겨누는 총부리. 처음 남으로 흘러갈 때 그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일부러가 아님을 주장했었다면, 이번에는 그가 자의로 바다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갈 곳은 아무데도 없는 상황. 남에서는 북으로 가야했다면, 북에서는 남으로 가야하는 상황에 관객들은 씁쓸한 마음만 남게된다. 특히 극의 마지막 철우의 딸이 결국 선택하는 것은 그가 남한에서 가져온 곰인형이 아닌, 북에 있는 곰인형이라는 사실은 결국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다음세대에서 북은 북이라는 점에서 가슴이 아퍼지는 것이다.


  이렇게 커다란 메시지를 던지는 <그물>에도 아쉬움은 남아있다. 특히 오진우가 남철우와 함께 '암호(각주[각주:1])'를 들었음에도 방관했다는 점에 설득력이 없다는 점. 더구나 그가 통일부직원이었다는 점은 그 정도까지 직무를 방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또한 여자 종업원이 하필 그 순간에 나타났다는 것 역시 작위적인 느낌이 너무 강하다는 점에도 중요한 순간을 클리셰로 덮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 남철우를 돕는 오진우


마치며...


  <그물>은 역시 명장의 손에 의한 명작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덕이란 이름으로 본다면 여러모로 아쉬움이 더 크다. 그물이란 의미까지 스스로 풀어버리는 친절함에는 관객들의 몫을 빼앗가 간 것과 같은 아쉬움이 남고, 클리셰적인 부분을 본다면 최근 들어 주춤한 듯한 감독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여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즉 김기덕 감독이라면 조금 더 불친절하고 더 깊이있는 영화를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아쉬움은 김기덕이란 이름으로 봤을 때 남는 것이며, 영화 자체로 본다면 많은 부분에서 울림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그물>은 분명 걸작이며, 매력이 있는 영화임에도 분명하다.



▲ 남철우의 아내



▥ 추천 : 이 정도 사이즈에서 이 만큼의 울림을 만드는 감독은 김기덕이란 이름이 유일할지도 모른다.

▥ 비추천 : 그럼에도 김기덕이란 이름에는 조금 못 미친 것도 사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여배우들의 노출은 조금씩 등장)



※ 예고편




  1. 뒤에 조사관이 거짓정보로 간첩사건을 몰아갔다는 점에서 고정간첩 이야기는 거짓으로 보인다. 즉 암호도 암호가 아닌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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