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과 무질서, 그리고 현실과 꿈의 모호한 경계선이 선명하게 부각되다.
<혼자>는 형이상학적이면서도, 꽤나 이상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어느 날 여인의 폭행 장면을 목격한 수민, 하지만 잠시 후 괴한들은 수미의 머리를 해머로 때리게 되고 얼마 후 깨어난 수민은 피투성이의 옷을 입은체 어디인지 모르는 곳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펼쳐지는 또다른 기이한 일들, 영화는 그 과정을 모호한 경계선처럼 구분하며 현실과 꿈의 경계선을 무너뜨린다.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가 던지는 이상한 이야기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찾기 위해 주인공 수민과 같이 골목 골목을 헤메게 된다.
이처럼 <혼자>가 던지는 이야기는 굉장히 무겁고도 이상하다. 수민은 왜 팔각정에서 깨어나게 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가 헤메고 있는 계단 많은 그 동네의 골목들은 또 무엇인지. 영화는 아무것도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제목처럼 극에 등장하는 이는 수민 '혼자' 였고, 그로 인해 관객들은 수민의 행동을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그의 행동을 지켜보며, 영화는 감춰놓은 이야기를 서서히 꺼내놓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선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혼동시키게 된다. 과연 어떤 것이 현실인지, 또 어떤 것이 꿈인지 모호한 영화의 경계선은 반대로 그 경계선이라는 점을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마는 아이러니함을 등장시키고 만다. 때문에 그 경계선에 놓인 관객들은 그 속에서 펼쳐지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경계선을 따라가다보면 나타나는 수민의 과거는 그가 헤메는 계단의 골목들이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 것인지를 조금씩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 깨어나보니 골목길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는 수민
<혼자>는 어려운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 영화가 가리키는 것은 인내를 필요로 할 뿐, 언젠가는 감춰진 것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영화는 친절과 불친절의 경계선도 넘나는 것 같다. 다만 친절의 경계선까지 다다르기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조금은 불편해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이 혼자인것처럼,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인고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영화는 인생과 닮은 점도 있어보인다.
"내가 진짜 기억하기 싫은 것, 부끄럽고 잊어버리고 싶은 것, 그런 것들을 내가 다 잊었는데도 얘네들(골목)이 다 기억하고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단 말이지"
- <수민의 대사 中>
▲ 수민을 쫓고 있는 괴한들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마치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 수민의 여자친구 지연(송유현)은 수민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오빠, 그런데 여기 사람들 다큐를 찍을거면 여기 사람들 마음을 진짜로 이해해야 되지 않아?"
- <지연의 대사 中>
지연은 그 골목길이 모두다 없어지길 바라는 수민을 향해 위와 같은 말을 남긴다. 자신이 잊고 싶은 과거가 없어지길 바라는 수민을 향해 그녀는 과거를 피하지 말고 마주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말에 불같이 화를 내는 수민.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 자신이 없애려 한 그 골목으로 스스로 찾아가는 수민의 모습을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영화의 엔딩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들은 수민의 선택이 어떤 것인지를 눈치채게 된다. 혼자만의 시간을 끝낸 수민은 드디어 자신과 마주할 용기를 내게 된 것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수연은 이야기의 끝이 어떨 것인지를 대략 눈치채고 있는 듯 하다.
이렇듯 이 영화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모든 것이 자연스레 풀리는 구조로 이어져 있다. 그 과정의 무게가 조금은 무겁고 무섭게 느껴지지만 그것을 견딘 값어치는 숭고하게 다가오고, 관객들은 그 안에서 자신과 마주할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 골목길에서 자신의 기억들과 마주하게 된 수민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 추천 : 인고의 과정이 주는 이야기를 잘 그려내고 있다.
▥ 비추천 : 무겁고, 진지한 수민의 이야기는 재미없게 들릴 수 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감자가 본 버전에서는 수민이 팔각정에서 깨어날 때 옷을 다 입고 있었다.)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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