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꼰대라 불렸던 당신들께 바치는 전상서
맥슨 집안의 대들보 트레버. 그는 흑백차별이 낳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고, 그것은 더 잘 할 수 있었다에 대한 아쉬움과 상처를 남기게 된다. 즉 자신은 뛰어나지만, 흑백의 갈등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때문에 그는 청소부로 일하는 지금도 백인들만 독점하고 있는 운전기사에 대한 열망을 보이고 있다. 흑인들은 쓰레기통 수거만 할 수 있는 현실과 자신이 당한 억울함이 그곳에서 저항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와중 둘째 아들은 자신이 당했던 차별의 길을 또다시 걸으려하고, 그로 인해 집안의 갈등을 불거지고 만다.
영화 <펜스>는 극 중 뒷마당에 펜스를 올리고 싶은 트레버의 바람을 의미한다. 여기서 '펜스'란 말그대로 '울타리'를 뜻하는 단어로서, 뒷마당의 펜스는 가족의 울타리를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즉 가족을 보호할 웉타리를 마련하고 싶은 그의 욕망이지만, 어쩐지 그것은 가족들에게는 단지 '꼰대'로만 비춰진다. 그리고 영화는 그 모습을 관객들에게도 '꼰대' 아닌 꼰대로 그려내게 된다. 돈을 꾸러 온 아들에게는 결국 돈을 주고 말 것이지만, 꼭 한 마디를 해야 성이 풀리는 듯한 그의 모습 역시 아들이 잘 되길 바란다는 아비들의 잔소리와 다를 것이 없었다.
▲ 아내 로즈와 행복한 삶을 보내는 트레버
이는 코리에 대한 잔소리로도 비춰지는 데, 영화 속에서 '재키 로빈슨' 이후 흑인들도 프로리그에 진출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트레버의 눈에는 아직도 흑인들에 대한 장벽은 높게만 느껴진다. 때문에 코리 역시 그러한 차별을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잔소리를 해대지만, 하고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아비의 잔소리는 단지 자신을 싫어한다는 오해를 주고 만다. 그러면서 밝혀지는 트레버의 외도사실. 그것은 합리화되고 정당화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거기에는 마음 둘 곳이 없는 지금의 소통구였다는 점에서 나름의 핑계가 되고 있다.
이 영화는 이처럼 꼰대들의 변명이자, 그들을 위한 전상서라 부를 수가 있는 것이다. 집 안의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자신을 포기하는 삶을 살고는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머물 곳도 없는 자신의 처지 뿐. 물론 그 가운데서는 희생의 당자가가 혼자가 아니었다는 점도 있지만, 그것조차 깨닫지 못할만큼 꼰대들이 각박하다는 변명이 다가오게 된다. 때문에 이 이야기는 그들에게 받치는 전상사이자, 그들의 변명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펜스>의 모습에서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묻어나게 된다. 참되거라 바르거나 늘 걱정하지만, 당시에는 몰랐던 고마움. 그리고 떠나고 난 후에만 느껴지는 빈자리. 그들의 고마움과 그리운 꼰대질을 영화는 섬세한 감성으로 잘 그려내며,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해주게 된다.
▲ 큰 아들 라이언은 아비의 주급날이 되면 돈을 꾸러 나타난다.
마치며...
영화의 마지막, 온가족이 모인자리, 한줄기 햇살이 비추며 그들은 자신들을 감싸고 있던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쌓였던 갈등들이 눈녹듯 사라지는 영화의 모습을 보며, 잔잔하지만 묵직하게 흐르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감상할 수가 있었다. 영화의 이야기는 시대와 공간을 넘어서 보편적 감상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펜스>가 원하던 가정의 평화와 그것을 지켜줄 수 있는 울타리. 아마도 그것은 거의 모든 가장들의 바람이기에, 영화의 울림은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IMDb 평점은 7.3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93% (신선 198, 진부 14)등 이 영화에 대한 평점은 굉장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흥행에서는 2400만 불의 제작비로 월드 와이즈 6400만 불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 작은 아들 코리 역시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아비가 못마땅 할 따름이다.
▥ 추천 : 우리가 꼰대라 불렀던 그들의 이면을 잘 표현하고 있다.
▥ 비추천 : ...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원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라는 표현을 써야 맞지만, 영화가 요구하는 의미를 담아 흑인이라 표기함을 양해 바랍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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