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글 속에 집어넣는, 진정한 글쟁이의 파란만장한 삶에 관하여
<네루다>의 이야기는 어느 한 글쟁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공산당원이면서 정부에 맹렬한 비판을 가하는 사내. 때문에 파면이 되었고, 도망자의 신세까지 되고 말았다. 그를 쫓는 자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네루다의 삶은 그전에 비해서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하다. 여전히 주색에 빠져있고, 여유자적하며 풍류와 혼연일체가 된체 그의 사상을 퍼뜨리고 다닌다. 정부에서는 그런 네루다를 사로잡기보다는 그가 가지고 있는 대중의 위상을 깎아내리길 원했고, 갖은 모략으로 네루다라는 이름에 먹칠하려 한다. 하지만 그 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고, 이야기는 네루다가 왜 그러한 삶을 살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게 된다.
이 영화는 제목 처럼 네루다의 파란만장한 삶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정부의 쫓김을 받으면서도 그러한 쫓김을 즐기는 자. 그러한 연유가 궁금해지기는 하지만, 어딘가 그의 삶과 이야기가 던지는 모습은 예사로운의 범주를 살며시 벗어남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다 결국 밝혀지는 네루다의 이야기는 그의 삶이 곧 글이었고, 네루다는 자신의 글에 따라 자신 작품 속에 자신을 넣고 있는 것이었다. 때문에 쫓김을 즐기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며 그와 엮이는 모든이들을 글 속에 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그가 바로 뼈 속까지 글쟁이라는 것을 입증하게 되는데, 그 표현과 비판까지 모두다 하나의 작품이 되는 그러한 혼연일체의 삶이 곧 네루다였음을 이야기는 밝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던지는 이야기는 어딘가 루즈함도 발견하게 된다. 하나의 이야기 전체를 하나의 문학으로 만들고 있는 이야기지만, 네루다의 삶을 보여주는 극의 장치는 어딘가 드라마틱한 소재가 부족하는 점에서 아이러니함을 주게 된다. 즉 드라마가 드라마틱함을 잃어버리게 되고, 네루다의 천재성과 기인적인 면모에만 주목을 하게 되는 영화의 모습은 극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볼 때는 지루함이 남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네루다가 만드는 거대한 문학작품은 글로서는 매력적이지만, 그것이 스크린의 문법으로 옮겨지는 모습에서는 매력적이지 않는 안타까움이 느껴지고 마는 것이다.
▲ 대중 앞에서 현정부의 불합리성을 강조하는 네루다
마치며...
<네루다>의 이야기를 상상해본다면, 참으로 멋진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나의 삶이 곧 작품이 되는 이야기. 그 속에서는 현실의 삶이 곧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도 모두에게 각인되는 그런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때문에 오스카의 이야기도, 네루다의 이야기도, 그리고 모두의 삶들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스크린의 문법으로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영원함이 있기에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네루다와 그들의 삶을 찬양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IMDb 평점은 7.4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94% (신선 126, 진부 8)로 <네루다>에 대한 평점은 매우 높은 점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에는 네루다의 삶에 대한 존경과 칠레의 상황을 세밀하고 몽상적으로 표현한 모습에 대한 감탄이 서려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로튼의 관람객 지수 역시 71%로 높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하지만 보편적인 시각에서의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음으로 판단은 각자의 몫일 것으로 사료된다.
▲ 결국 오스카의 쫓김을 받게 된 네루다. 과연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추천 : 멋지고 멋진 네루다의 삶과 몽상가적 이야기들.
▥ 비추천 : 드라마지만 드라마틱하지 않은 아이러니.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베드신은 없다.)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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