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자리에 모인 이자, 마제나, 아가타의 모습
그녀들은 무엇을 갈구하고, 무엇을 벗어나려 했으며, 무엇을 얻으려 한 것일까?
1900년대 초. 격벽하는 세계사회는 많은 것을 남겼다. 소비에트 연합의 붕괴흐름, 그리고 독일의 통일준비. 이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폴란드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첫 번째 민선대통령의 탄생이라는 역사적 분기점을 맞게 된다. <사랑에 빠진 여자>는 이러한 배경을 두고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즉 폴란드의 자유화. 그리고 변화의 물결을 이야기 하는 것이 바로 'United States of Love'의 이야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극의 초반 레나타를 제외한 세 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다. 그곳의 화두는 남편이 집에 없는 마제나의 이야기. 그러면서 마제나는 남편이 서독에서 보내준 마르크화를 달러 바꾸고, 그 돈으로 청바지를 샀노라며 자랑스레 청바지 자랑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의 배경으로 흐르는 이야기는 '여자는 일을 하면 안돼'라는 보수적 입장들. 그러면서 '우리 집사람은 일을 안해서 좋다'는 이야기도 오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지만 집에서 일을 안하는 여인이 꿈꾸는 것은 금지된 욕망에 대한 집착이었음을 보여주는 영화의 모습에 우리는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된다.
다음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은 일을 하는 두 자매에 관한 이야기를 보여주게 된다. 언니는 초등학교의 교장으로서 지역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처지. 그렇지만 그녀가 행하는 것은 학부형과의 오랜 불륜이었고, 그 남자의 아내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과 그 다음까지 불륜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또다른 아이러니함을 낳게 된다. 그러면서 계속되는 이자의 집착들과 놀라운 결말까지. 이야기의 충격적인 흐름은 다음에 있을 동생에게로 향하며 이야기는 또다른 흐름을 낳게 된다. 이자의 초등학교에서 오랜시간을 근무한 레나타. 그녀의 집착은 건너집에 살고 있는 이자의 동생에게 향해 있다. 그녀를 향한 집착은 레나타의 외로움의 분출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모습에는 어딘가 이상함을 느끼게 된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바람대로 마제나와 친해지는 데 성공하지만, 마제나에게 등장한 또다른 남자는 레나타를 분노케 만든다.
이 영화의 한국식 제목은 <사랑에 빠진 여자>지만, 극에서 보여주는 사랑의 종류는 사실 집착에 가깝다. 금지된 사랑에 대한 집착. 불륜남에 대한 집착, 외로움을 벗어나고 성공을 하고픈 집착들. 영화 속 네 명의 여인들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듯 하지만 그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각기 다른 네 개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그녀들이 살고 있는 회색빛 공동주택과도 연관이 되어있는데, 폴란드식 공산주의의 산물인 그 건물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주장하고 있는 주제는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관객들을 설득하려 하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아가타가 미국의 포르노를 복제해서 돈을 벌고 있으며, 마제나가 미국의 달러로 미국문화를 대변하는 청바지를 자랑하는 것도 이야기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회는 급격히 변화하고 냉전이라는 새로운 흐름으로 흘러가게되지만 국민들은 그 변화 가운데 급격한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는 점을 이야기는 네 명의 여인들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금지된 욕망, 현재 상황에서의 탈출, 그리고 그 탈출하려는 자를 비웃으며 편안한 잠을 이루는 여인까지, 이것이 당대 흐름의 대변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충격적 결말을 맞이하는 이자의 이야기의 뒷편으로 1990년 당시의 동유럽 상황을 들려주는 라디오가 흘러가고 있었다는 점 역시. 당시 국민들이 가지는 충격을 표현한다 할 수 있는 것이다.
▲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하고, 새로온 신부님에 대한 욕망을 품는 아가타
서식
1990년 급변하는 사회. 베를린에 장벽은 무너졌고, 악의 제국처럼 보이던 소비에트 제국은 붕괴와 평화를 선언하고 있었다. 동시에 동유럽의 수많은 나라들 역시 이때를 즈음하여 '탈스탈린 주의'를 선포하고 있었고, 그들 역시 혼란과 변화를 선택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 여자>는 이때의 폴란드 상황을 보여주며, 당시 그들이 겪었을 충격과 혼란을 잘 대변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은 jTBC 비정상회담 폴란드 대표 프셰므스와브 크롬피에츠가 한 말에서 조금은 느낄 수 있는데, 당시는 그는 폴란드 민주화 과정속에서 "전날까지 배급권으로 물품을 교환하던 사람들이 다음날부터 화폐로 물건을 구입하는 일에 혼란을 겪었었다"고 말한 것으로 우리는 짐작이 가능하다가 할 수 있는 것이다.
제목 역시 이러한 과정을 잘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데, (당시) 자유의 상징인 'United States'를 제목에 넣은 그들의 이야기는 반어적의미이자, 당대 민주화사회가 가졌던 충격의 모습을 제목으로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IMDb 평점은 6.4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89% (신선 16, 진부 2)를 보여주며 <사랑에 빠진 여자>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도 영화가 던지는 이야기들을 바라보며, 그녀들의 집착이 가지는 의미에 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 학부형과 불륜에 빠지는 이자의 뒷편으로 당대 사회의 변화를 알리는 뉴스의 음성이 흘러간다.
▥ 추천 : 느슨하게 얽힌 옴니버스의 흐름들을 쫓다보면, 수많은 질문들과 마주하게 된다.
▥ 비추천 : 깊이 감춰놓은 은유적 표현이 단순 야한영화로 느껴질 수도 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등장인물 대다수의 음모 및 성기노출이 등장)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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