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남긴 상처와 아픔. 그리고 식민지 건설에 대한 불편한 미화
<1898년 필리핀 최후의 스페인군>의 제목과 간략한 시놉시스를 접했을 때, 감자는 "뭐지? 자신들의 식민지 건설에 저항한 필리핀인들에게 죽임을 당한 것을 미화하는 것인가?"에 대한 불편한 선입견이 먼저 발동했었다. 즉 이유야 어찌되었건, 자신들이 죽었으니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식민지적 사고관을 펴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심이 든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의심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림을 발견하게 된다.
이 영화는 1897년부터 1898년까지 337일간 벌이진 발레르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당시 전쟁은 발레르에서 패한 스페인이 후속군을 보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스페인 군이 성당에 갇히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의 이야기는 스페인 군이 337일간 필리핀 독립군들에게 저항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렇게 자신들의 패전의 이이기를 그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의 무의미함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늘어놓게 되는 이야기는 돈만내면 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부자들과 탁상앞에서 자신들의 목숨이 좌지우지 되는 전쟁의 모습에 관한 비판도 함께 늘어놓게 된다. 즉 전쟁이 가지는 무의미함도 살짝(?)은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대부분은 무쓸모한 전쟁 속에서도 군인정신을 지켰었다는 이야기와, 자신들의 침략전쟁이 필리핀의 발전을 이뤄냈다는 식민주의자들의 사고를 대변하고 있는 부분도 보인다는 점에서 불편으로 다가오게 된다. 더구나 영화의 말미, 자신들의 전쟁을 마치 거룩한 그것인양 꾸미고 있음에 불편함이 먼저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즉 간부들의 욕심에 눈이 멀어 일반병사들이 희생됐지만, 그들이 노고는 거룩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필리핀인들의 입장에서는 단지 스페인과 미국 모두 침략자였다는 점에서 그들의 그러한 미화과정은 전형적인 식민지적 사고관을 대변하고 있다는 불편함만 안겨주게 된다. 즉 영화에서는 무능한 지휘관들로 인해 피해를 본 병사들의 노고와 고난만을 그리고 있지만, 필리핀인들의 아픔은 그보다 더 컸을 것임에도 그러한 것들을 영화는 간과하고 있음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 필리핀에 도착한 마르틴과 그의 부하들
마치며...
식민치하의 아픔이 있는 우리로서는 <1898년 필리핀 최후의 스페인군>의 사고가 참으로 불편하게 다가온다. 식민사관에서는 식민의 기간이 발전을 가져왔다고 주장을 하지만, 작은일에도 뒤쳐지지기 싫어하는 우리의 민족성이라면 식민의 과정 없이도 이보다더한 업적을 이뤄냈으리라 감자는 확신한다. 때문에 필리핀군 독립군들의 당연한 저항에 맞선 자신들을 대단하다 말하는 영화의 모습은 어떻게 보아도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다만 아주 작은 부분에서는 전쟁은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다는 메시지를 담고는 있기에, 감자 역시 아주 작은 치하를 보낼 뿐이다.
여기에 적나라한 스페인 군의 모습에 반해, 필리핀 독립군들을 예의 있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의 위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마지막 자신들의 노고를 미화하는데 사용했다는 점은 여전히 불편함으로 남게 된다. IMDb의 평점은 6.4점으로 준수한 점수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들에 대한 미화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으로 남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 나날이 계속되는 전쟁의 피해자들. 과연 이들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1898, 아워 라스트 맨 인 더 필리핀스 (1898, Our Last Men in the Philippines, 2016)
▥ 비추천 : 니들도 300년만 식민지 생활을 당해보고 이야기 좀 하자.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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