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인원, 한정된 공간, 무한대의 총알들...
영화의 제목 <프리 파이어 (Free Fire)>는 무차별 난사를 뜻하는 단어로서, 영화는 제목 그대로 한 발의 총성이 만든 살육의 현장을 그리고 있는 영화다. 1970년대의 어느 한 창고. 그곳에는 총기를 구입하려는 무리와, 그들에게 총기를 공급하려는 무리와 모여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지려한다. 그런 거래가 그렇듯, 영화 역시 은밀한 거래에 묘한 긴장감을 만들게 되지만, 그러한 분위기도 프랭크의 매제 스티브로 인해서 산통이 깨지고 만다. 그리고 스티브가 상대편과 전날의 문제로 얽히게 그때부터 이야기는 대책없는 총질(?)과 총성으로 화면을 가득 메우게 된다.
<프리 파이어>는 이렇듯 처음부터 끝까지 'Free Fire'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이권이라는 문제는 사소하게 처리되고, 작은 총성을 불러온 네편과 내편간의 무차별 총격만이 크게 부각된다. 선과 악의 구분도 없는 현장이 만들어내는 폭력의 미학이라는 점은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의 초창기 시절을 닮은 듯, 영화는 무의미한 폭력의 연속성을 이어가며 그 안에 묘한 흐름을 담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총 3막의 유사한 흐름을 구분시키는 영화는 초반 무기거래의 현장들, 그 다음 총성이 만들어낸 무차별 싸움, 그리고 제 3의 인물들이 개입한 후의 막바지 상태를 그리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 속에서 결국은 승자 없고, 어부지리가 승리하는 이러한 류의 승리공식을 연출하려는듯 싶던 영화지만, 결국 무의미의 끝은 무의미로 장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다만 무의미 가운데서도 나름의 의미를 찾아내던 쿠엔틴 타란티노의 그것과 비교한다면 <프리 파이어>의 이야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책없이 흘러만가는 이야기는 종국에 이르러서 산개한 이야기들이 하나로 합쳐지지 않는 느낌을 주며, 이야기의 극적장면들을 연출하는 모습은 클리셰의 아쉬움을 답습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때문에 폭력들이 어디로 닿고, 그것은 무엇을 연출하려 했던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게 된다. 더구나 한정된 공간 속에서 벗어나려는 그들의 몸부림이 그리 큰 긴장감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 역시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때문에 쿠엔틴 타란티노의 그것과 비교는 되지만, 어쩔 수 없는 부족함도 느끼게 될 것이다.
마치며...
난사를 뜻했던 <프리 파이어>는 제목처럼 화끈한 총격전까지는 아니지만, 쉴세없이 터지는 총성과 수위 높은 대화들, 그리고 그것들이 폭력으로 치닫게 되는 상황들을 잘 묘사하고 있었다. 즉 물리적 폭력들과 언어적 폭력들이 합해져 폭력의 진수를 그리게 된다. 비록 폭력의 끝은 무의미와 무쓸모가 있었음에 공감하지만, 그 안에 조금의 의미를 더 담지 못하고 멋있어보이려는 허세쯤으로 치장하고 만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기에 <프리 파이어>의 이야기를 감상함에 폭력과 말장난에 취미가 없다면, 이 이야기는 실망을 줄 것이 틀림없다.
<프리 파이어>에 대한 평점은 IMDb 6.6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67%(신선 122. 진부 60)로 준수한 점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최고위원들 평점에서는 53%, 관람객 지수는 60%라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즉 호불호의 영역쯤이라는 것인데, 때문에 판단은 각자의 몫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 비추천 : 무의함의 끝을 허세로 마무리한 것은 아쉽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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