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그의 정제되지 않은 수다에 박수를 - 헤이트풀8 (The Hateful Eight,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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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의 줄거리 요약


  레드락으로 향하는 어느 마차. 그리고 그들을 가로막는 워런(사무엘 L. 잭슨). 그렇게 이들의 기묘한 동반여행이 시작된다. 마차 안에는 존 루스(커트 러셀)가 만 불의 현상금이 걸려있는 도머구(제니퍼 제이슨 리)를 애지중지 레드락으로 호송하고 있는 중이다. 레드락으로 향하던 중 마차 안의 소소한 다툼으로 인해 잠시 정차하는 일이 생기고 그 일로 인해 레드락의 신임보안관 매닉스(월튼 고긴스)까지 마차에 합류하게 된다.


  하지만 오후나절 불어닥친 폭설은 그들을 정차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마차 안의 네 동행자는 여행지 중간에 위치한 '미미의 양판점'에 들르게 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주인장 미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녀로 부터 대신 가게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밥(데미안 비쉬어)과 자신을 사형집행인이라고 밝힌 오스왈도(팀 로스). 그리고 정체불명의 조(마이클 매드슨)와 남부군 출신의 샌더스 장군(브루스 던)만이 미미가 없는 양판점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 자리에 묵게 된 8명의 이방인들. 그들의 기묘한 긴장감은 커피를 마시던 존이 피를 토하게 되면서 급변하게 되고, 사태는 그때부터 누가 범인인지를 추적하게 되는데...


 ▶ 관련리뷰 : 2016/02/28 - [영화/해외영화] - 총 대신 재봉틀을 든 서부극 - 드레스메이커 (The Dressmaker, 2015)


▲ 교수형에 관해 이야기하는 존과 오스왈도, 도머구


 여전한 수다쟁이 티란티노.


  <헤이트풀8>는 남북전쟁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어느 서부. 레드락으로 향하는 마차와 거기에 얽힌 크고 작은 원한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익히 알려진대로 쿠엔틴 티라티노의 8번 째 영화로도 유명한데, 이번 작품 역시 <장고:분노의 추적자>에 이어 3년 만에 마카로니 웨스턴 무비로 우리 곁에 또다시 찾아왔다.


  눈 덮인 설원 각자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레드락으로 항하는 마차. 그 안의 네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를 가지고 마차 안에 타 있다. 사람의 목뼈 부러지는 소리를 좋아하는 변태 아저씨와 북부군의 위대한 장군이지만, 전쟁 후 현상금 사냥꾼이 되어버린 흑인 영웅. 그리고 변태 아저씨의 변태적 취향을 저격해 줄 대상이자 돈줄인 여자와 신임 보안관.


  이들의 기묘한 동행는 예견된 바처럼 얼마가지 않았고, 미미가 없는 미미 양판점에 묵게 되면서 '기묘한 동행'은 이제 '더 기묘한 동거'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더 기묘한 동거 역시 존의 독살로 인해 준비된 다음 동작에 들어서게 되면서 영화는 기묘함을 긴장감으로 바꾸어버린다.


 ▶ 관련리뷰 : 2016/03/01 - [영화/해외영화] - 서부로 간 잭 바우어 이야기 - 포세이큰 (Forsaken, 2015) 


▲ 매닉스에게 총구를 겨누는 존. 그것을 쳐다보는 워런


  <헤이트풀8>의 초반은 남북전쟁이라는 아직 아물지 안은 상처를 건드리면서 시작된다. 남부군을 추종하는 신임보안관. 그리고 한때 흑인의 영웅이었던 제너럴(장군) 마르퀴스. 

 영화는 전쟁이 끝나면 모든 것이 동등하게 굴러갈 줄 알았던 세상은 여전히 흑인에게 nigger(흑인을 모욕하는 심한 욕)라는 소리를 들리게 하고, 현상금을 받아먹는 처지로 흑인의 영웅을 몰락시켰다, 반면 백인은 남부군임에도 전쟁이 끝나자 아무일 없다는 듯이 보안관이 되는 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잠시 후 남과 북의 이념 대립으로 수다를 떨던 영화는 어느 덧 흑과 백의 대립으로 시선을 이동시킨다. 그러면서 드러나는 비밀들. 


  이러한 점들의 쿠엔틴 타란티노의 위트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인데, 아무렇지 않게 떠드는 수다 속에서 자연스레 화제를 이동시키는 그만의 위트는 정말 대단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 속에 빠져드는 관객들은 어느새 티란티노 아저씨의 수다스러움에 지겨움을 느낄때쯤 '자 이제 서스펜스를 시작하자'며 마치 김전일이라도 된 듯이 '범인은 이 안에 있다'고 말한다.


 ▶ 커트 러셀의 다른 영화 : 2015/10/27 - [영화/해외영화] - 환상적인 케스팅의 퓨전 서부극 - 본 토마호크(Bone Tomahawk, 2015)


▲ 미미 양판점으로 향하는 마차


  그제서야 관객들은 '아 이 아저씨가 우리랑 수다 떨자는 게 아니었구나'하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존(커트 러셀)이 했던 소리가 빈 말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얘가 아까 했던 말 속에 어떤 복선들이 있었지?'하면서 관객들은 복잡하게 자신의 기억을 더듬게 된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더 가디언 피터 브래드 쇼(Peter Bradshaw / 이 아저씨는 참 많이 써먹는다. -_-)는 <헤이트풀8>에 대하여 '아가사 크리스티(각주[각주:1])와 개그. 총 그리고 사무엘 L 잭슨)이라며 그의 위트에 관해 (장수 돌침대도 아니고)별 다섯 개를 주며 찬사를 보냈다.


  그만큼 <헤이트풀8>이 던지는 위트와 사고는 정말 대단함을 보여주고 있다. 


 ▶ 관련리뷰 : 2015/11/11 - [영화/해외영화] - 하늘과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드러나는 추악한 비밀 - 다크 밸리 (DAS FINSTERE TAL, The Dark Valley, 2014) 


▲ 조디 도머구 갱단과 싸우고 있는 워런, 매닉스


  반면 제목은 '원한을 가진 8명'이라며 각기 다른 8명의 이해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것 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북부군 워렌과 남부군 매니그와 샌더스 장군. 그리고 조디 도머구 갱단 이라는 세 방향의 커다란 갈등만이 드러난다는 점은 마치 8방향의 갈등이 있을 것 같은 제목 비하면 약각(정말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타란티노 아저씨가 던지는 위트는 상당히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던지는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영어식 위트. 그리고 그들의 사고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약간의 불편함으로 남는다. 물론 그럼에도 훌륭한 위트와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불편함에는 어쩔 수 없음이라는 불가항력이 발생하는 것 또한 충분 이해한다. 다만 비영어권인으로서 그의 온전한 위트를 같이 즐기고픈 투정어린 마음에 약간의 불만을 토로해 본다.


 ▶ 관련리뷰 : 2015/12/18 - [영화/해외영화] - 6형제들의 요절복통 코미디 - 더 리디킬러스 식스 (The Ridiculous 6, 2015) 


▲ 워런에게 총을 겨누는 존


 마치며...


▲ IMDb 평점은 매우 높다.

  이 영화를 보면 왜 언론과 평단에서 그토록 유난스런 설레발을 쳤는지 알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위트를 제공한다. 특히 타란티노 아저씨의 페르소나(그도 인정할지는 모르지만) 사무엘 L 젝슨의 수다스러움과 몸개그는 가히 천재적이다.


  그렇기에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그를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거머리처럼 붙어있는 그의 모습에 웃기기도 하면서 정말 꼭 필요한 사람이구나 하는 것도 느끼게된다.


  무엇보다 대단한 건. 이 영화에 쓰인 장소가 마차 하나와 허름한 판잣집 하나라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즉 잘 쓰여진 시나리오와 명 배우들만 있다면 장소와 스케일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몸 소 보여준 영화가 이닌가 싶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 찬사를 보낸다.


 ▶ 관련리뷰 : 2016/02/06 - [영화/해외영화] - 보스턴을 주름 잡던 실제 갱스터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 블랙매스 (Black Mass, 2015) 


▲ 조디 도머구 역으로 카메오 출연한 채닝 테이텀



▥ 추천 : 잘 만들어진 영화란 이런 것이다.

▥ 비추천 : 초반 케릭터 설정 기간이 지루할 지도? 



★ 감자평점

- 스토리 : ★★★☆

- 노출 : ☆ (중간에 남자배우의 올 노출이 등장한다.)



※ 예고편



  1. 플롯의 느낌을 들어 꾸밈없이 작품을 쓴 영국 여류 추리 작가. / 1980~90년대 우리나라 서점가에서도 그녀의 돌풍이 일기도 했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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