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터의 메인을 차지한 그 장면. 그녀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시위가 아닌 아들의 안전이었다.
결론 없는 대답. 무의미한 분노. 목적 없는 싸움들.
2010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시작된 반정부시위는 이집트 등 북아프라카지역과 이라크, 쿠웨이트, 시리아 등 중동 일부지역으로까지 번지며 '아랍의 봄'이라는 명칭으로 그들의 울분을 토해내게 만들었다. 일부는 대규모의 시위, 그리도 또 일부는 작은 규모의 시위들. 하지만 그들의 울분은 정권교체라는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내며 아랍에도 봄이 찾아올 것인가에 대한 희망을 걸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그리는 <충돌: 아랍의 봄, 그 이후>는 아랍의 봄이 만들어낸 이집트 혁명으로 30년간 이어져내려오던 무라바크 독재정권의 퇴진, 그리고 또다시 일어난 내전으로 인해 1년만에 무르시 대통령이 퇴진한 사태의 '그날'을 그리며, 제목처럼 <아랍의 봄,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게 된다.
이 영화는 AP 통신 기자인 아담과 진이 바라본 이집트 내전의 하루를 그리고 있다. 이집트계 미국인이라는 설정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외국인인 아담. 이는 지금의 이집트 내전을 바라는 우리들의 시선과 동일할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피흘림으로 만들어낸 민주화. 하지만 그것을 단 1년만에 차버리고, 또다시 군부의 쿠데타로 이어진 이집트의 거리. 그렇다 과연 그들의 왜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며, 무엇이 그들을 '충돌(Clash)'하게 만든것일까? 그리고 그 대답을 찾으려는 듯 영화는 좁은 차안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두 집단을 집어넣으며, 이집트 내전의 축소판을 호송차안에서 재현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각자의 투쟁논리를 꺼내며 거칠게 싸울 것이라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발견한 것은 그들도 같은 민족이라는 당연한 진리들 뿐이었고, 어느 덧 영화는 그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가 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게 된다. 그냥 데모에 참석하려는 딸을 말리려 따라나온 아버지, 여자친구가 나가보래서 그냥 나온 DJ, 그냥 센척을 하려 조폭인냥 흉내를 내는 노숙자, 각자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정말 그들의 이유란 하찮은 그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우리는 놀라게 될 것이다. 더구나 그들을 막아서는 군인들 역시 자신들의 선택이 아닌 징집되어온 국민에 불과하다는 점은 군인, 친군 지지파, 무슬림 형제들의 싸움들 모두 같은 국민들까리의 싸움에 불과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친군 지지파와 무슬림형제단이 모였을 때, 또다시 공식단원과 평범한 지지자로 서로를 구분하는 모습은, 그들의 구분논리 역시 하찮은 것에 불과함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작은 내전을 보여주며 어디론가 향하는 영화의 이야기지만 정작 그들의 싸움논리는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 역시 <충돌>의 특징이 아닐까싶다. 영화에 보여지는 것은 그냥 살고자하는 의지일 뿐이고, 이곳을 탈출하고자하는 간절한 바람일 뿐이다. 이것은 바로 '그날' 이후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영화가 주장하고 싶었던 것은 그러한 그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즉 그들이 싸우고 있는 진영논리는 무의미했고, 그들의 싸움에 목적은 없었다. 단지 거리로 나왔을 뿐이고, 그러한 것들은 단지 살고 싶었을 뿐이라는 점. 살기위한 몸부림이 그들을 거리로 내몰았고, 아랍의 봄 이후는 그렇게 상처뿐인 영광으로 남게 되었다고, 영화는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좁은 호송차안에서 일촉측발의 상황을 맞이한 두 집단. 그들은 왜 싸우고 있는 것일까?
마치며...
극의 종반부. 살고자했던 그들 앞에 대규모의 시위자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에게로가면 그들이 구해줄거라 말하는 무리의 목소리. 그 말대로 무리에게로 다가서지만 그들에게서 돌아온 것은 결국 발걸질과 돌팔매가 전부라는 의외 상황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싸운 것일까? 그리고 호송차 안의 그들은 무엇을 위해 호송차에 갇히게 된 것일까? 여기에는 네편과 내편이라는 진영의 논리도, 싸움의 목적도, 아무런 해답을 얻지 못한다. 결국 무의한 몸짓들. 영화는 그렇게 그들의 목적없는 목소리들의 최후를 보여주며, '우리가 지켜주겠다'던, '싸우다 죽으면 순교자되는 것'이라는 그들의 논리가 모두 허상임을 증명하게 된다. 순교자라던 죽음은 그냥 개죽음에 불과한 것이었으며, 진영의 논리를 내세우던 그들앞에 진영따위는 없었다는 것. 그것이 바로 그들의 허상이라는 것이다.
결국 아랍에 봄이 올 것이라 믿었지만, 결국 봄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 여기에 남은 것은 단지 살고자하는 몸부림과 살고자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의 의미없는 아우성들이 전부였던 것이다. 때문에 영화의 94분이 모두 흐른 지금, 그들의 무의미한 싸움의 끝에는 씁쓸함만 우리 곁에 남아 있을 뿐이다.
IMDb 평점은 8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97% 등 <충돌: 아랍의 봄, 그 이후>에 보여주는 평점은 매우 높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는 그들의 방황과 혼돈. 그리고 정처없는 싸움의 끝이 허상임을 보여주며, 우리에게도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싸우고 있었지만, 서로 같은 배우인 사람들. 영화가 진짜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 추천 : 지금 중요한 것은 당장의 내 헤어스타일 뿐.
▥ 비추천 : ...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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