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년 만에 받은 사라의 편지는 그때의 기억으로 토니를 데려가게 된다.
서사가 낳은 비극적인 결말을 충격적으로 풀어내다.
40년 전 자신이 보낸 편지. 그리고 40년 후 자신에게 도착한 편지. 이야기는 40년 전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베로니카,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편지 한 통이 토미에게 도착하고부터의 일을 그리게 된다. 지금은 은퇴 후 런던 외곽에서 클래식 카메라를 판매하는 토미. 편지는 꿈많던 20살 시절로 토미를 데려가게 되고, 영화는 그 시절 토미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게 된다. 그때 파티에서 우연히 만나 한 눈에 반해버린 베로니카라는 여성. 그리고 그녀의 집에 방문했을 때 유달리 친절했던 베로니카의 어머니 사라. 그로부터 얼마 후 날아온 또다른 편지 한 통에 쓰여진 절친과 베로니카의 교제소식. 분명 기억은 그것을 그렇게 채색하며 자신을 쿨한 남자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것이 날아오기 전까지는...
이야기는 과거의 그때로 흘러가며 토미가 놓친 무엇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게 된다. 에이드리안의 편지를 받은 후 오랜 시간이 흘러 대학 동기들과의 만남에서 듣게 된 에이드리안의 소식. 그리고 그것이 놓게 만든 자신의 기억들. 이야기는 흘러 자신의 놓아버린 기억의 진실들을 들추게 되고, 기억의 편린들이 연결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영화는 그 과정을 섬세하고 잔인하게 들려주며, 기억의 왜곡이 낳은 또다른 진실들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게 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이야기는 굉장히 충격적이다. 기억의 서사를 읊어 20대의 풋풋했던 시절을 보여주는 과정은 놀랍도록 아름답고 순수하게 표현됐지만, 기억의 순간들이 순수하고 깨끗할수록 돌아오는 진실들은 더욱 더 충격으로 묘사된다. 토미와 에이드리안에 관한 진실. 그리고 토미와 사라에 관한 진실, 여기에 왜 그들이 베로니카와 토미를 엮으려 했던 것인지, 그리고 에이드리안과 사라에 관한 진실들까지. 상처받지 않기 위해 도망쳤던 한 사내의 왜곡된 기억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우리들은 충격과 놀라움이라는 논란의 대상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 그리고 베로니카의 집으로 가 그녀의 어머니 사라를 만나게 되는 토니
이 영화는 작가 한강이 수상한 것으로 더 유명한 맨부커상 2011년 수상작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동명의 제목을 가진 소설은 토니와 주변인들이 겪은 놀라운 반전들의 그리고 있는데, 그것을 담은 영화의 모습 역시 굉장히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소설이 가진 행간의 여운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수많은 논란거리들을 영화가 제대로 녹여내지 못한 것은 굉장히 아쉽다. 단지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의 길고 긴 여운을 잘 그려냈다는 것에는 만족할 만한 수준의 대단함을 표하게 만든다. 하지만 소설이 가진 그 풍부한 은유와 비유, 그것이 낳은 충격적인 결말들을 기억의 편린(각주)들로만 채색할 수 밖에 없었음에는 어쩔 수 없는 연출의 아쉬움이 남게 된다. 1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가지는 여러 논란들의 여지들은 영화 속에서도 그대로 남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감사함을 여기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베로니카와 사라, 그리고 에이드리안의 이야기 속에 끼어버린 토니의 일들. 그러한 부분들을 감독은 자의적으로 '이럴 것이다'라는 해석보다는 논란의 여지를 그대로 남겨두었다는 점에서 감사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반면에 소설 속의 행간들을 제대로 녹여내지 못했다는 것은 이야기를 제대로 파악하는데 애로를 겪게 됨도 사실이다. 이러한 점들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와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소설 속에서도 논란이 남는 부분들을 뭉뚱그렸다는 점은 더더욱 이야기를 난해하게 만들었음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날의 진실을 파혜치는 과정들보다는 소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기억하고 싶은 기억의 굴절"에 관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기억의 왜곡이 드러나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들. 그리고 그것이 멈췄던 시계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영화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때문에 토니는 40년 전 그날에 멈췄던 자신을 찾았고, 이제서야 진짜 토니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충격과 논란이 낳은 먹먹함을 안겨주게 되는 것이다.
▲ 그리고 40년 만에 베로니카를 만나 그녀에게서 편지 한 통을 받게 되는 토니
마치며...
40년 전 포드 집안의 사라와 두 남매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과정들. 그것은 40년 후 자신의 아내와 딸을 이해하는 과정이 되었다는 점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진짜 이야기가 아닐가 싶다. 40년 전의 소식을 들으며 멈췄던 시계와 40년 후 진실들을 마주한 후 새롭게 선물을 받게 되는 시계. 그로써 멈췄던 시간이 다시흐르고, 토니의 이야기도 새롭게 쓰여지게 되었다고 영화는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억하고 싶은 기억의 굴절'이라던 작가의 머릿말들. 그것은 수많은 해석과 논란을 마주해야 할 관객들의 몫과도 일치하게 된다. 감자는 영화의 마침과 함께 베로니카는 동성애자가 아닐지, 때문에 그녀를 이해함이 딸을 이해하는 것이 되는 것은 아니었는지. 그리고 토니를 꼬셨다던 사라의 이야기는 실은 자신의 아이이자 여인인 에이드리안의 절친인 토니에 대한 예우가 아니었는지. 여동생은 오빠의 그러한 점을 감추려, 오빠는 여동생의 그러한 점을 보호하려 서로가 연인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는지에 대한 상상을 해본적이 있었다. 이러한 점은 기억하고 싶은 기억의 굴절이라는 점에서 토니가 과거의 기억을 그렇게 채색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는지에 대한 막연한 의심을 하게 되었음도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상은 글을 읽고, 영화를 본 우리들의 몫이다. 감독(작가)는 단지 그것을 보여줬을 뿐이다. 그의 작품이 세상 속에 나온 지금, 해석은 오롯이 우리들의 몫이 된다. 때문에 여기에서 누가 누구의 연인이었는지,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상상 속에 맡기기로 한다. 단지 중요한 것은 40년 만의 진실은 시계를 다시 흐르게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속의 나머지는 시계의 태엽이 되어 우리를 충격과 논란에 빠뜨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우리는 작가의 사악한 상상 속에서 기쁨의 허우적거림을 맘 껏 즐기면 되는 것이다.
IMDb 평점은 6.4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73%(신선 67, 진부 25) 등 예상보다는 낮은 점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감자 역시 마찬가지인데, 영화가 소설의 행간을 놓치고 있었다는 점은 감자에게도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만약 이러한 행간의 숨은 여운들을 제대로 담아낼 수만 있었다면, 아마도 감자는 별 5개를 줬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많은 상상과 오해, 그리고 망상을 줬다는 점은 여전히 감사함으로 남게 된다. 때문에 아직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못보신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던지는 충격과 논란의 현장에 여러분들도 동참하시길 간곡히 바라는 바이다.
▲ 편지 속의 숨겨진 기억은 그날의 진실을 토니에게 알려줄 수 있을 것인가?
▥ 비추천 : 뜬금없는 국내 개봉(출판)명.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영화는 기억의 편린들을 통해서 그날의 진실들을 표현하고 있었고, 여기에 친구들의 대사 및 여러복선들을 통해서 토니의 기억들이 잘못 인지되고 있을 수 있음에 관한 사인을 계속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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