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반복되는 죽음의 무한 루프
유쾌하고, 치밀하고, 달콤하며, 재밌다
<사랑의 블랙홀> 이후 수많은 영화들이 시간의 무한 루프를 이용하여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 지금 <해피 데스데이> 역시 시간의 무한 루프를 통해서 죽음이 반복되는 상황을 그린다. 제목의 언어유희처럼 영화는 자신의 생일날 죽음을 반복해야 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기존에도 무한 루프를 통해서 이야기를 엮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 무한 루프의 상황이 운명처럼 다가오고, 그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제대로 납득 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자아내고는 했었다. 그러나 <해피 데스데이>의 이야기는 다르다.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필사적 노력이 있고, 그것이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완벽하게 들어맞음을 발견할 수 있다. 때문에 이 가운데 관객들은 주인공의 입장에 동화 되고, 그것이 주어진 운명의 탈출 욕구를 상승 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해피 데스데이>의 이야기는 재밌다. 여기에 공포 영화임에도 B급 코미디의 상황을 로코의 기법으로 잘 건드리고 있음도 마음에 든다. 굉장히 건방지고 까칠했던 한 여인이 순수한 남자와 달달한 사랑을 이뤄가는 과정. 그러나 뒤를 돌아오면 매일 끔찍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은 부조화를 주면서도 왠지 어울리는 기괴함을 가져다 준다. 즉 달콤함 가운데 숨겨진 쌉쌀한 독약 같은 맛이랄까? 그래서 공포의 상황이 더욱 두드러지게 느껴지는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분명 시간의 무한루프를 이용하는 영화다. 그리고 그 과정은 굉장하진 않지만,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재미는 주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상황을 잘 이용하고 있음도 주인공이 가진 유일한 무기를 잘 활용하는 듯 해서 보기에 괜찮은 재미가 된다. 다만 마지막에 범인이 밝혀지고, 또다시 반전을 거는 상황은 조금 아쉽다. 반전이 상황이 앞선 복선들로 커다란 한 방을 주어야 함에서 <해피 데스데이>의 반전은 그러한 한 방이 없다. 즉 반전이 밝혀졌을 때 뒤통수를 얻어 받은 듯 짜릿하게 올라오는 그런 기분이 없다. 그래서 마지막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해피 데스데이>의 무한 루프 상황은 모든 상황을 용서할 만큼 재미를 준다. 한 개의 상황과 다른 한 개의 상황이 모여 스무 고개의 수수께끼를 엮는 과정도 괜찮았고, 그 가운데서 범인을 향해 심판의 카타르시스를 형성하는 과정도 나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가 관객들을 트리의 편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야기가 진행 될 수록 트리가 개과천선하는 과정이 바람직하고, 그 가운데 우리들도 트리가 죽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그러하다. 때문에 트리와 한 편이 된 우리들은 빨리 범인이 잡히길 바라는 마음이 되고, 어서 카터와 달달한 상황이 연출 되길 바라며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나길 바라게 된다. 즉 우리들은 <해피 데스데이>의 해피 엔딩을 바라는 공범이 되는 것이다.
▲ 카터와 함께 현재의 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트리
마치며...
감자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류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다만 어설픈 무한 루프로 인해서 제대로 된 재미를 느낀 적이 없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해피 데스데이>의 이야기는 무한 루프의 기호를 잘 맞추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잘 만든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관객들과 공감대를 잘 형성하고 있는 영화임에 분명하다는 뜻이다.
▲ 매일 밤 계속되는 죽음의 상황. 트리는 이 상황을 해결 할 수 있을 것인가?
▥ 추천 : 이들의 달달함 뒤에 녹아있는 끔직함이 더 즐겁게 느껴진다.
▥ 비추천 : 정통 공포 영화의 팬이라면 '뭥미?'의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캠퍼스를 활보하는 제시카 로테의 뒷모습 누드는 잠깐 등장)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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