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 삼총사의 우우한 하루...
<춘몽 (春夢)>의 이야기는 우울하다. 필름부터 무채색의 암울함을 강조하는 영화는 각 케릭터들의 면모마저 우울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우울한 인간들의 인생들이 나열되어 있음에도 영화의 내용은 결코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재밌다. 그리고 유쾌하다. 왜냐면 영화의 런닝타임의 대부분은 마을의 마돈나 예리와 그녀의 주위를 멤도는 세 남자. 그리고 한 여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시종일관 노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영화는 재미가 있다. 마치 영화의 제목 <춘몽>처럼 말이다.
영화 속의 인물들이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는 그룹 산울림의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다.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말아요.
가버린 날들이지만 잊혀지진 않을거예요.
그들은 그렇게 말은 한다. 우리는 비록 이렇게 지내지만, 우리를 슬픈 눈으로 쳐다보지는 말라고 주장을 한다. 그리고 영화의 내용도 그러한 사실을 증명하듯 예리와 세 남자의 이야기는 결코 우울하지만은 않다. 매일 술마시고, 사우나가고, 예를 기다리며, 또 술을 마시고, 동물원도 놀러간다. 영화 속 그들의 삶은 어쩌면 우리보다 즐거울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그들을 슬프게 쳐다보는 것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 고향주막의 마돈나 예리
그래서 영화 속에는 슬픈 이야기도 등장한다. 아버지를 찾아왔지만, 결국 뒷치닥거리에 평생을 마치는 예리. 돈은 많지만, 간질을 앓고 있는 종빈. 자유의 땅으로 넘어왔지만, 이유없는 해고와 임금 체불을 당하고 있는 종범. 여기에 부모의 얼굴도 모르고 태어나, 건달이 된 익준까지 그들의 모습만 놓고 본다면 참 부정적으로 비춰지기도한다. '봉산탈춤(각주)의 6과장 양반춤'을 보게되면 양반 3형제가 등장한다. 하나같이 장애를 앓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선조들은 양반네들을 희화하고 풍자하려 했었다. 그렇다면 영화 <춘몽>에서 그려지는 마돈나와 3형제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장애는 무엇을 나타내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영화를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스스로 해답을 찾게 될 것이 분명하다. 1
그렇게 흘러가던 영화는 마지막 즈음에 이르서는 그들이 마을 사진관에서 사진을 남기는 장면이 등장한다. 곧이어 연결되는 화면에서 예리가 '몸도 정신도 건강할 것'이라며 찍은 오토바이 남(유연석)이 등장하며 이야기는 긴나긴의 여정의 마침표를 알려온다. 동시에 무채색이던 화면에 색이 들어오며 이야기는 예리의 사진이 무슨일이냐는 듯이 그냥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때문에 관객들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영화의 제목을 떠올리게 된다.
<춘몽>. 그렇다 그것은 '일장춘몽 (一場春夢)'이요 소시민들이 꾸는 춘몽인 것이다. 비록 남루하지만 삶은 즐거울 수 있는 권리. 영화 속에서 그들의 모습은 그래서 아무런 걱정도 슬픔도 없어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을 슬픈 눈으로 쳐다보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때문에 영화의 마지막 프레임이 '접근엄금'을 비추는 것도 결코 우연만은 아닐것이다. 소시민들의 삶은 그렇게 지켜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그리고 그녀만을 바라보는 세 남자
마치며...
영화란 간혹 제작비의 싸움이 모든 것을 말해주기도하지만, 한편으로는 <춘몽>과 같은 영화가 있기에 제작비란 숫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서울의 외곽 수색동이라는 작은 장소와 예리의 집과 주막이라는 한정된 장소. 그리고 마돈나와 세남자. 그리고 한 명의 여인. 이 정도의 작은 사이즈로도 이만큼의 여운을 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극문학이 아닐까 싶다.
<춘몽>은 엄청 재미있는 오락영화는 분명히 아니다. 그렇지만 보고만 있어도 긴 여운이 남는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때문에 제작비 수백 억의 영화보다도 <춘몽>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까닭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정직한 대답이 되어 우리를 즐겁게 해줄 것이 분명하다.
▲ 그리고 예리를 찾아온 오토바이 남
▥ 추천 : 예리와 세 남자의 작은 이야기 보따리.
▥ 비추천 : ...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황해도 지방에 전승되어 내려오는 가면극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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