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감동의 순간들, 하지만 마무리는 어색했다.
<해피 홀리데이>는 사이가 나쁜 한 가족이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화합을 이루게 된다는 소소한 감동의 드라마를 그려내고 있다. 더그와 아비는 더그의 불륜으로 인해서 이혼 위기를 맞던 중 더그의 아버지 생일을 맞아 온가족이 스코들랜드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기 마련이었고, 그들의 여행 역시 싸움으로 얼룩지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아버지의 집. 하지만 그곳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고, 더그와 형. 형과 형수 역시 각자의 문제점들을 안고 있었다.
영화는 이러한 문제 많은 집에서 그들을 지켜본 아버지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미 다커버린 아이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는 멀었고, 그는 손주들을 데리고 가까운 해변가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머리가 커버린 아들들과 달리 아직은 어린 손주들에게 자신이 원했던 죽음과 삶에 관해서 털어놓게 되는 할아버지. 그리고 아들들의 생각대로 아닌, 자신이 원하는 죽음에 관해서도 아이들에게 털어놓게 된다. 그리고 손주들의 해맑은 모습을 보며 세상을 떠나게 되는 할아버지. 그리고 손주들은 할아버지가 원했던 장례식을 치뤄준다. 하지만 이 일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고, 언론에서는 '붕괴된 사회의 단면'이라며 어린이들이 시신을 훼손한 사건에만 주목을 하며, 그 일의 배후를 추측하며 대서특필을 하게 된다.
▲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지만, 실상은 이혼소송 중인 더그와 아비 부부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영화의 전반부가 그들이 가진 문제점을 노출시켰다면, 영화의 후반부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들을 뒤돌아 보게 되는 아들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고가 나자 아동복지국에서는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검사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들의 문제에 관해서도 돌아보게 되는 더그와 아비. 그리고 개빈 역시 그의 아내 마가렛(아멜리아 불모어)가 가지고 있는 우울증에 대해서 알게 되는 등. 아버지가 남긴 이야기는 가족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게 되며, 진짜 유산은 그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너무 감동으로 달리기 위해 마무리가 허술한 느낌을 준다. 갈등은 장황하게 꺼내 놓았으면서도, 그것이 마무리 되는 계기는 너무 쉽게 갈등이 닫히고 만다. 이러한 점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벨런스가 어긋나는 듯한 모습을 만들고, 이렇게 어긋난 흐름은 극 전체를 허술하게 만들고 마는 것이다. 더그와 아비가 가지는 갈등이 그정도로 닫힌다는 것 자체에 설득력이 부족하고, 마가렛이 가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흐릿하게 처리하는 등. 세밀한 부분 역시 제대로 닫히지 않고 이야기를 훈훈하게 몰아간다는 점은 억지에 가까운 결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 할아버지와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손주들
마치며...
아버지의 죽음이 자식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소재는 기존의 영화들에서도 많이 쓰인 문법이었고, 이 영화 역시 그러한 문법을 과감하게 차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빌려옴에 있어 세심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는 진부함으로 남게 되었다.
▲ 할아버지의 죽음은 가족을 다시 하나로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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