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이 내 세상: 소레다케 (댓츠 잇 ソレダケ, That's It,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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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아버지를 죽이는 게 목표인 다이코쿠(소메타니 쇼타)는 물품 보관소에 있는 에비스의 돈과 하드 디스크를 훔쳐 달아난다. 아버지의 위치를 알고 있는 에피스로부터 하드 디스크와 위치를 교환하려는 것. 잠시 후 에비스의 연락이 오고 다이코쿠는 그를 만나러 가지만, 기다리는 것은 다이키치(시부카와 키요히코) 일행이었고 다이코쿠는 그들에게 붙잡히고 만다. 골방에서 하드 디스크를 내어 놓으라며 고문을 가하는 다이키치 일행이 잠시 자리르 비운 틈을 타 다이코쿠는 함께 붙잡혀 있던 아미(미즈노 에리나)와 탈출을 한다.


  하드 디스크를 통해 잃어버린 호적을 되찾고, 새 삶도 얻으려는 다이코쿠. 그리고 다이코쿠를 위해 이노가미(무라카미 준)의 힘을 빌리려는 아미. 그리고 다이노쿠의 하드 디스크를 노리는 이복 형제 센쥬(아야노 고)의 등장까지. 이들의 앞을 모르는 질주는 어떻게 끝을 맺을까?



▲ 소레다케 DVD 표지들. 정말 마음에 든다.


밴드 'bloodthirsty butchers'의 노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몽환적인 분위기의 진행. 쿠엔틴 타란티노를 연상키는 폭력적인 영상들과 '마카로니 웨스턴'의 변주 같은 연출들. <소레다케>의 온통 이상한 나라에 있는 듯 하다. 어린 시절 학대만 안겨준 아버지.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는 집을 떠나기 전, 다이코쿠의 호적마저 팔아버린다. 영화 속 다이코쿠는 이 때문에 자신을 '유령'이라 칭한다. 신분도 없고, 그래도 미래도 없는 인생. 무언가에 쫓기는 듯 악에 빠친 다이코쿠의 모습은 <소레다케> 그 자체가 된다.


  영화의 제목 <소레다케 / That's It>은 일본의 락밴드 'bloodthirsty butchers(블러드 서스티 붓차스 / ブラッドサースティ・ブッチャーズ / 각주[각주:1])'의 곡명에서 빌려 왔다. 밴드들이 가장 좋아하는 밴드라는 'bloodthirsty butchers'의 음악은 얼터너티브를 기반으로 하여 일본의 애수를 더하고 있다. 덕분에 <소레다케>의 이야기 역시 굉장히 몽환적이다. 현실과 꿈의 모호한 경계선과 독특한 카메라 기법들. 여기에 밴드의 음악 경쾌한 음악들이 더해지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된다.


  <소레다케>의 이야기는 굉장히 독특하지만, 분명한 이야기는 있다. 이것은 락밴드가 지니는 저항 정신이 영화에도 전이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락 스피릿처럼 영화 역시 일본 사회에 대한 저항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다이코쿠의 목적은 오직 하나 자신의 호적을 되찾는 일이다. 영화 속 또다른 주인공 아미는 자신을 '바보'라 칭한다. 다이코쿠를 위해서라면 몸도 팔 수 있지만, 그의 앞에서 몸을 파는 것이 싫어 다이키치 일행에게 붙잡혀왔다. 그 역시 아버지에게 학대 당한 기억이 있고, 그래서 다이코쿠에게 더욱 끌림을 느낀다. 두 사람이 공존하는 세계는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아버지는 일명 '잭다니엘 샷'으로 아들을 때렸고,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도중에 등장한 이복 형으로 인해 다이코쿠의 목표는 사라지고 진다. 허무에 이어 또다시 허무해지는 이야기. 이것은 얼터너티브를 구사하는 bloodthirsty butchers의 음율에 맞물려 묘한 흐름을 안겨준다. 그러나 결국은 그들이 가진 사회에 대한 저항이라는 점에서 락 스리핏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굉장히 몽환적이고, 그 몽환적인 분위기는 난해하게 비춰진다. 케릭터의 과장된 처리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변주스러운 극의 분위기와 맞물려 더욱 이상하게 비춰질 수 있다. 그렇지만 영화가 던지는 이야기는 왠지 눈길이 간다. 그들이 던지는 폭력적인 모습들도 불편함을 넘어서 미학의 경지에 올라 선 것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이 영화에서 조연으로 등장하는 아야노 고는 2015년을 즈음하여 <신주쿠 스완> 등으로 A급 배우로 올라서는 시기라 정점에 이른 그의 연기를 감상하게 된다. 여기에 소메타니 쇼타와 시부타니 키요히코, 무라카미 준, 미즈노 에리나의 연기는 말 할 것도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케미는 보는 것으로 즐겁다. 즉 <소레다케>의 이야기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을 만큼 즐거움을 안겨준다. 



▲ 다이코쿠에게 옷을 집어 던지는 아미


마치며...


  극의 마지막 영화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극에 달한다. 처음부터 꿈과 현실의 경계를 흐릿하게 처리했기에, 영화의 결말은 더욱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그야말로 어느 것이 꿈인지 어느 것이 현실인지 모를 장주지몽의 한 페이지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 현실과 꿈의 경계는 중요치 않을 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다이코쿠가 지향하던 세계였고, 그것은 아미가 노래부르며 다이코쿠가 쳐다보는 그런 세계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소레다케(ソレダケ/ 각주[각주:2])다. 


 언제 부터가 꿈이었는지, 다이코쿠의 세이브 포인트가 어디인지, 다이코쿠가 잠에서 벌떡 일어날 때마다 손으로 쥐는 이상한 행동들이 세이프 포인트였는지. 그것은 각자가 해석하기 나름이다. 중요한 것은 그조차 소레다케가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소레다케는 마약 같은 묘한 쾌감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 다이코쿠의 이복형이 나타나. 아버지는 자신이 처리했다고 말한다.









▥ 추천 : 모든 것이 소레다케가 되는 이상하고 희한한 재미.

▥ 비추천 : 몽환적이고, 뚜렷하지 않은 주제는 호불호가 될 것.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폭력성 : ★☆



※ 예고편



  1. 밴드명은 '앤디 밀리건 감독'의 동명 영화(1970년 作)에서 따왔으며, 일본의 펑크록 밴드 NUMBER GIRL (ナンバーガール)의 밴드명은 bloodthirsty butchers의 곡명에서 따왔다. [본문으로]
  2. 소레다케는 일본어로 '그것' 이라는 뜻이다. 즉 그것만, 혹은 그것 뿐 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결말까지 다다르면 극의 제목이 묘하게 어울림을 느끼게 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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