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건 무엇이고, 죽는 건 또 무엇일까?
<크로닉>의 도입부분. 벌거벗은 여자를 힘겹게 씻겨주는 데이빗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그 후 여인의 죽음 후 장례식까지 참석하는 그의 모습을 비춰준다. 여기까지는 직업의식이 투철한 간병인의 모습이라 할 수 있지만, 그 후 죽은 환자를 자신의 부인이었다고 말하는 데이빗의 모습은 어딘가 이질감이 생기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렇게 직업 의식이 투철한 데이빗은 이번에는 건축가였던 한 남자의 간병을 맡게 된다. 그리곤 이번에는 자신을 건축가라 말하는 데이빗의 모습. 여기쯤에 이르면서는 데이빗은 왜 그토록 환자들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환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싶은 것일까? 에 대한 의구심이 남는다. 하지만 그러한 의구심을 해결할 새도 없이 데이빗은 건축가였던 환자의 가족들에게 해고를 당한다. 그 이유 역시 데이빗의 지나친 친절이 불러온 오해.
▲ 에이즈 환자인 사라를 간병하는 데이비드
그러던 영화는 이번에는 데이빗의 가정사로 눈길을 옮긴다. 이혼 후 오랫동안 떨어져있던 딸을 만나게 되는 데이빗. 그리고 딸이 의사라는 사실은, 그들은 왜 '의학' 쪽에 메달리고 있는가에 대한 또다른 물음표를 만들게 된다. 그러면서 밝혀지는 아들에 대한 비밀. 그리고 데이빗이 자신의 아들에게 했던 일들... <크로닉>은 그렇게 영화의 2/3가 지날 즈음 이야기가 가지고 있던 비밀의 열쇠를 풀어놓게 된다. 그리고 데이빗과 그들의 가족이 가진 아픔에 관해서도 비춰주는 이야기.
영화는 데이빗이라는 한 남자를 통해서, 안락사 및 회복이 어려워보이는 장기 요양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비춰주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우리들은 과연 사는 건 무슨 의미가 될 것이며, 또한 죽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대단원의 막이 내리는 순간, 앞서 가졌던 질문들은 커다란 울림으로 바뀌어 우리를 괴롭히게 되는 것이다.
▲ 사라의 죽음 후 데이비드는 존을 간병하게 된다.
마치며...
<크로닉>을 보는 내내 잊혀지지 않았던 팀 로스의 표정. 안에서는 더럽고 힘든 것을 처리하기에, 밖에서는 결벽증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이빗의 모습.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들은 데이빗의 표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삶이 지탱하는 무게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우리들.
영화는 그렇게 먹먹함을 안겨준 후 충격적인 결말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진 충격 속에서 앞선 질문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 <크로닉>은 결국은 죽음이란? 에 대한 큰 물음표만 던져 놓고, 그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IMDb 평점은 6.6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76% (신선 42, 진부 13)으로 준수한 점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먹먹함은 점수로 표현할 수 없다는 점에서 <크로닉>의 이야기는 긴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
▲ 데이빗은 무엇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일까?
▥ 추천 : 죽음에 대한 커다란 물음표를 던지는 이야기.
▥ 비추천 :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불편하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환자들이 옷을 안입는 경우가 있다.)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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